라인전 상대 카운터하기. 롤 유저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솔랭 밴픽 전략의 기본입니다. 라인전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면 게임을 풀어나가기 아무래도 수월하니까요. 하지만 다른 아군 챔피언들과의 조합도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팀 전체 조합을 봐야한다는 것도 잘 알려져있는 사실이죠. 대부분의 경우 이 모든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라인전 상성과 아군과의 조합 중에 무엇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요?
이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카운터 및 시너지 관계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카운터 지표로 자주 쓰이는 상대 승률로는 이러한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상대 승률은 두 챔피언의 기본 성능 또한 반영하고 있는 수치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챔피언 간 상성 및 조합에 대한 정보만을 추출해내기 어렵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OP 챔피언들은 종종 모든 챔피언별 승률이 50%를 상회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카운터가 없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에 비해 리그 PhD의 카운터 및 시너지 통계는 성능 중립적인 수치로써, 그 상대적 중요성을 비교하기에 보다 적합합니다.
이번 분석글에서는 롤의 카운터 및 시너지 관계가 어떻게 분포되어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맛보기로, ‘그래프 1’에서 탑 피오라와 케넨의 라인 상성 관계의 분포 곡선을 보겠습니다. 이 글은 패치 11.1 기준 북미, 한국, 서유럽 및 동유럽의 플래티넘 이상 솔랭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가로축은 카운터 관계의 강도를, 세로축은 빈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황색 점선들은 각각 하위 및 상위 10%의 경우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분포 곡선의 폭 (흔히 말하는 분산/표준편차) 입니다. 분포 곡선이 양 옆으로 넓게 퍼져있다는 것은 곧 챔피언의 라인전 상성이 상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케넨은 원거리 챔피언이며 어느 정도 물리와 마법 데미지를 섞을 수 있기 때문에, 라인전 상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죠. 실제로 케넨의 분포 곡선은 피오라보다 훨씬 좁습니다. 피오라와 비교했을 때, 라인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우위를 뺏기지도 않지만 점하지도 않는다는 뜻이죠.
라인전 상성의 중요도를 알기 위해서는, 위에서 보았던 라인전 상성 분포 곡선의 폭을 다른 카운터 및 시너지 관계의 분포 곡선과 비교해야 합니다. 좌우로 넓게 퍼진 분포 곡선을 가진 관계가 챔피언 선택에 있어 보다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죠.
데이터를 보기 전에, 먼저 피오라와 케넨의 라인전 상성이 얼마나 중요할 지 예상을 해볼까요? 롤 최고의 스플릿 푸셔인 피오라는 한타 참여가 아니라 스플릿 압박을 통해 게임을 이기고자 합니다. 따라서 라인전 상성이 전체적인 팀 조합보다 더 중요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에 반해, 케넨은 라인전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으며 한타 지향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므로, 라인전 상성이 피오라에 비해 덜 중요하겠죠.
리그 PhD의 분석은 이러한 예측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프 2는 피오라와 케넨의 모든 카운터 및 시너지 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단에 있는 주황색 분포 곡선은 위에서 보았던 라인전 상성의 분포 곡선입니다. 모든 그래프들은 동일한 축에 그려져있어, 분포 곡선들의 폭을 쉽게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첫째, 피오라의 라인전 상성 분포 곡선은 다른 여덟 개의 분포 곡선보다 넓게 퍼져있는 반면에, 케넨은 그 폭이 비슷한 편입니다. 즉, 위에서 예측했듯이 피오라의 라인전 상성이 케넨의 경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주목해야 할 사실은 바로, 피오라의 라인전 상성마저도 다른 관계들을 압도할 정도로 중요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주황색 분포 곡선이 좌우로 더 넓기는 하지만,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죠. 즉, 피오라처럼 극단적인 스플릿 운영을 하는 경우에도 팀 조합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챔피언을 상대로 분석을 한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납니다. 그래프 3-1과 3-2는 모든 챔피언들의 카운터 및 시너지 관계의 분포 곡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황색 분포 곡선들이 라인전 상성에 해당하며, 같은 열에 있는 다른 그래프들과 비교하시면 됩니다. 다른 카운터 및 시너지 관계에 비해 주황색 곡선들이 대체적으로 좌우로 넓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챔피언 픽 간의 독립성을 가정할 경우, 라인전 상성의 중요성을 수치로 도출해낼 수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라인전 상성은 챔피언 성능 변동의 14% 정도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낮게는 5%, 높게는 29%로 챔피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라인전 상성은 탑 라이너들에게 더 중요하며 (17%), 원딜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편입니다 (11%). 정글과 미드, 서폿은 13~14% 정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보았던 피오라의 경우 25%, 케넨은 13% 정도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저희의 분석 결과는 라인전 상성이 챔피언 선택에 있어 압도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라인전 상대만을 보고 챔피언을 고르는 것은 최적의 전략이 아니며, 아군 및 적군 팀 조합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팀 조합 전체를 고려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챔피언 간 상성을 모두 꿰고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제한된 시간 내에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고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리그 PhD가 개발한 것이 바로 조합 계산기입니다. 이미 선택된 챔피언들과의 상성, 그리고 앞으로 선택될 수 있는 챔피언들의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기대 성능이 높으면서도 카운터당할 위험이 적은 챔피언들을 추천해드립니다.
물론, 이 분석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리그 PhD는 솔랭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팀 단위 조직적인 운영이 이뤄지는 팀 게임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죠. 만약 특정 라인의 주도권을 토대로 운영을 하는 경우라면 라인전 상성은 경기 승패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솔랭 게임에서는 라인전 상성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오늘 분석글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