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 한 단계 승급에 필요한 LP는 단 100포인트. 이는 불과 +5~7 정도의 승패 마진에 해당하지만, 롤 유저라면 누구나 실제 승급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이는 아마 “계획 오류 (planning fallacy)” 때문일 가능성이 큰데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낙관적 편향으로 인해 작업 완수에 소요될 시간을 과소예측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티어를 올릴 수 있는 속도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없앨 수 있다면, 솔랭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분석글에서는 롤 시즌 11에서 승급에 필요한 게임 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마르코프 체인을 이용해 정확한 기대값을 산출해낼 수도 있겠지만, 보다 간편한 분석을 위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이용해보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승급 과정을 정해진 규칙 하에 여러차례 시뮬레이션하여 필요한 게임 수를 예측한다는 뜻입니다. 하스스톤이나 매직더게더링 아레나와 같은 다른 게임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규칙들은 분석 과정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솔랭 승급 과정을 최대한 정확히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각 승률은 10만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치게 됩니다. 그럼, 먼저 동등한 LP 변동치 시나리오의 분석 결과를 보겠습니다.
첫번째 그래프는 승률에 따라 필요한 게임 수에 대한 상자도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승률이 높을 수록 필요한 게임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승률 51%일 때 중위값은 114게임이지만 52%일 때는 90게임으로 줄어듭니다. 게임당 소요 시간이 30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평균 경기 시간 + 매칭 시간), 이는 무려 12시간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승률이 높아짐에 따라 그 한계 효과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승률을 1%p만 올릴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50% 승률만으로도 승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운만 따르면 되는데, 다만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겠죠. 이 경우 중위값은 162게임입니다. 1,000 게임을 하고도 다이아4로 승급하지 못할 확률이 14.3%에 달합니다.
그럼 이제 LP 변동치가 승리 시 +20, 패배 시 -15로 플레이어에게 보다 유리한 시나리오를 살펴보죠. 보통 MMR이 현 티어에 비해 높다고 간주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전 시나리오에 비해 필요한 게임 수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51% 승률의 경우 중위값이 이전 시나리오에서 114게임이었지만,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38게임에 불과합니다. 위에서 보았던 것처럼 승률이 높아짐에 따라 중위값도 여전히 낮아집니다. 다만 필요한 게임 수가 이미 상당히 적기에 줄어드는 정도는 덜한 편이네요.
이번 분석으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요? 먼저, 솔랭 티어를 올리는 데에는 원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55% 승률을 기록하면서 LP 획득량이 높은 경우에도, 승급에는 20~45게임 (10~23시간)을 플레이 해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승률도 LP 획득량도 더 낮은 경우라면 100게임 (50시간) 이상을 해야할 가능성이 크죠. 평소 게임 시간에 따라 짧게는 1~2주, 길게는 시즌 전체에 해당할 수도 있는 숫자입니다.
그와 동시에, 단 1%p의 승률 차이조차도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특히 승률이 50%에 가깝고 MMR도 평균에 가까운 경우라면요. 승률을 어떻게든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올릴 수 있느냐겠죠. 당연히도 더 좋은 실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답이지만, 잘 알고 계시듯이 그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어느 수준 이상으로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노력이 덜 들어가면서도 효과적으로 승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들도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아이템 빌드 및 룬 최적화를 꼽아볼 수 있겠죠. 카운터픽 또한 이에 해당합니다. 원챔 장인을 제외한다면, 플레이 가능한 챔피언이 2개이기만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챔피언 선택을 최적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요. 적절한 정보를 이용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쉽게 적용시킬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라인전 상대만 보고 챔피언을 고르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전체적인 팀 조합을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결론은 LP 획득량 및 감소량의 정도가 티어 올리는 속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두 시나리오에서 나타난 게임 수에는 매우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닷지가 티어 올리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되곤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요. LP를 조금 잃을지라도 MMR은 떨어지지 않으니까요. LP 획득량이 MMR과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연패가 MMR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계실겁니다. 연패하고 있을 때 휴식과 재정비가 중요한 이유겠죠.
이러한 결론들은 곧 질과 양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솔랭 티어를 올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판수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다만 100%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게임을 남발하는 경우에는, 필요없는 패배로 LP를 잃을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티어 올리는 속도를 저해하기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티어를 더 빨리 올리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는 덤일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