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수락됨!” 오늘도 솔랭 큐를 돌리기 위해 협곡으로 달려가는 당신. 챔피언 선택창에 들어간 순간 블루 팀 1픽에 위치한 자신의 아이디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벌써 20초 언저리인 타이머를 보면서, 별 생각없이 챔피언 목록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한 챔피언을 선택하지만, 몇 분 뒤 자신의 결정을 바로 후회하게 되는데..
많이들 익숙하시죠? MMR 순서로 픽순이 정해져서 자기가 원하는 라인을 갈 수 있기라도 했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1픽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1티어 챔피언을 상대보다 먼저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상대에게 카운터를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내가 선픽한 챔피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픽을 하는 팀원들 때문이죠 (아니 서폿님 칼리스타 원딜인데 유미라뇨?). 평균적으로 모든 유저가 전체 게임의 10%에서 1픽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1픽에 얼마나 대처를 잘하는 지에 따라 솔랭 티어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롤 유저라면 오피지지 같은 통계 사이트에 들어가 승률을 기준으로 챔피언을 고르곤 할텐데요. 승률이 간단하면서도 챔피언 성능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통계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승률의 챔피언일지라도, 어떤 챔피언은 다양한 적 조합에도 비교적 잘 대처할 수 있는 반면에, 어떤 챔피언은 특정 조합에 매우 강하지만 다른 조합엔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중요한 점은, 승률은 전반적인 챔피언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로써, 이게 곧 선픽 성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인 성능과 선픽 성능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승률의 대안으로, “1픽 승률”과 같은 통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1픽으로 골랐을 경우의 승률만을 계산한거죠. 이 경우 선픽 성능만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문제는 게임당 1픽은 하나만 존재하므로 전체 데이터의 1/10만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비인기 챔피언들은 1픽으로 플레이한 게임 수가 매우 적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단순 승률을 계산할 경우, 실제 성능과는 크게 다른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죠. 또한, 승률이나 1픽 승률 모두 평균치를 나타내는 지표이기에, 픽의 위험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를 압살할 수 있는 확률을 조금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너무 망해 게임 내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싶어하죠.
리그 PhD는 보다 정교한 접근법을 통해 데이터 부족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단순 승률보다 나은 통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리그 PhD에서 제공하는 “선픽 점수”는 위에서 언급했던 “1픽 승률”으로 알 수 있는 평균적인 1픽 성능뿐만 아니라, 픽의 위험도, 즉 얼마나 나쁜 조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 그 확률 또한 담아낸 종합적 통계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도출되는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1픽으로 고른 챔피언에 따라 팀원 및 상대방이 어떠한 챔피언을 픽할 지 그 확률을 예측합니다. 이는 실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2개 이상의 라인을 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모두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폿 쉔을 선픽하는 경우, 잔나를 선픽하는 경우보다 카운터를 당할 가능성이 적겠죠.
“1픽 승률”에서 나타나는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리그 PhD의 알고리즘은 1픽이 아닐 때 나타나는 아군 및 적군의 후픽 경향이, 1픽일 때 나타나는 후픽 경향과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예를 들면, 2픽으로 미드 야스오가 나왔을 때 아군이 탑 말파이트를 자주 선택한다면, 미드 야스오가 1픽일 때도 탑 말파이트가 자주 선택될 것이라는 거죠. 그렇게 비현실적인 가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아군 및 적군의 모든 챔피언 조합의 경우의 수를 분석합니다. 리그 PhD에서 분석한 카운터 및 시너지 통계가 큰 힘이 되죠. 오피지지와 같은 일반적인 통계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챔피언별 상대 승률”과는 달리, 리그 PhD의 카운터 통계들은 실제 5:5 조합의 성능을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최악의 조합부터 최상의 조합까지 순위를 매긴 뒤, 이전 단계에서 예측한 확률을 토대로 어떤 챔피언이 1픽으로 안전한지 분석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챔피언들을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토대로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선픽 점수”를 계산합니다. 이 통계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반영하고 있는데요. 첫번째로는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이는 지, 그리고 두번째로는 아군 및 적군 조합에 따라 성능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 지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조합으로 이어질 확률이, 유리한 조합으로 이어질 확률보다 더 큰 가중치를 부여받습니다. 크게 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박칠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것보다 유리한 전략일테니까요.
예상대로, 서폿과 정글 챔피언들이 보다 높은 “선픽 점수”를 기록하고 있고, 탑과 미드는 1픽으로 가져갔을 때 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승률이 높은 챔피언들이 일반적으로 높은 “선픽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아무런 픽이 정해지지 않은 1픽의 경우, 승률이 선픽 성능을 나타내는 좋은 지표라는 것이죠. 하지만 챔피언 픽이 진행되고 팀 조합이 짜여짐에따라 챔피언 간 카운터 및 조합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집니다. 이 경우 조합 계산기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챔피언 성능 예측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조합 계산기 또한 “선픽 점수”와 동일한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미 진행된 밴과 픽 모두를 반영하므로 보다 정확한 분석을 제공합니다)
서폿 쉔의 예로 돌아가볼까요? 잔나처럼 서폿으로만 쓰이는 챔피언과 달리, 서폿 쉔은 상대 팀을 헷갈리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거죠. 어쩌면 잔나의 전반적인 성능이 한참 좋을 수도 있고, 어쩌면 현재 대세인 챔피언들이 잔나와 잘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리그 PhD의 알고리즘은 모든 선택지를 다각도에서 분석해 상황에 맞는 챔피언을 추천해드립니다. 효과적인 챔피언 선택에 있어 가장 적절한 통계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리그 PhD의 목표입니다.